때는 바야흐로 2010년도 2학기 시험기간이었습니다.

친구와 자판기 커피를 뽑아마시며 사회 문제에 대해 거침없는 격정을 쏟아붓고 있었죠.

당시에 너무 싫은 인간이 있어서 그 사람을 어떻게 하면 아무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을까, 나름 쓸데없는 망상을 함께 했습니다. 거기서 나온 결론으론, 현실에선 불가능하단 거였어요.

 

어째서 현실에선 완벽범죄가 불가능할까?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미해결사건이 존재하는 한, 일말의 가능성은 남아있겠죠.

단지 추리소설을 들여다보면 완벽범죄가 벌어진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습니다. 완벽범죄가 벌어지는 순간, 그것은 추리소설을 벗어나 미스테리소설이 되겠죠.

 

우리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사회문제에서 시작했던 이야기가 추리소설로, 추리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현재 제가 쓰는 글로 이어지는 겁니다.

 

친구와 저는 추리소설 매니아가 아닙니다. 물론 잡다하게 책을 읽는 편이긴 하죠. 단지 추리소설의 구성에는 어떤 패턴이 눈에 띠는데, 답답할 정도로 범인이 늦게 등장하며 트릭을 설명하는 데서 지루해진다는 겁니다.(물론 안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제가 봐온 추리소설 중 이런 구성을 넘는 소설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이야기가, "내가 만약 소설을 쓴다면 처음부터 살인자가 누구인지 밝히는 걸 쓰겠다, 살인자의 트릭도 어느 정도 공개를 하겠다"였습니다. 또한 "처음부터 목격자도 설정하겠다, 목격자는 살인자를 경찰에 넘기는 걸 목표로 하겠다"라고도 했습니다.

 

딱 이쯤 되면 감이 오죠?

그 살인자가 차유라고, 그 목격자가 김준구입니다.<-네타는 아님.

 

그 다음, 살인자가 누굴 죽일까..........

물론 눈엣가시같은 사람들이죠 ^^

추악한 범죄자를 죽이는 또 다른 범죄자, 정의의 철퇴를 내리지만 그 자신 또한 그 철퇴로 응징당해 마땅한 사람, 뭐 이런 캐릭터를 생각했습니다. 아주 초창기에요.

 

그래서, 이 소설은 원래 10권이라는 방대한 분량까지 갈 필요도 없었고, SSF라는 우리나라에선 희귀한 장르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냥 한 권으로 끝낼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이 차유라란 캐릭터가 김준구에게 발각되기 전까지 어떻게 완벽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차유라는 우발적인 살인자가 아니라 치밀한 계획 아래 범죄를 저지르거든요.

이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

아주 거대한 떡밥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바로 비밀 결사 단체, 다극화 추진 위원회이죠.

 

쫓는 살인자, 쫓기는 목격자

라고 하는 최초의 캐치프레이즈는(물론 1권에선 여전히 유효합니다만)

세상에 정의는 없었습니다

라고 하는 다소 건방진(?) 문구로 바뀌어버렸습니다.(이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공통사항!)

 

아무튼 당시에 한 20분가량 이야기했던게 3년째 씨름을 하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게 다 SSF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이다! 젠장!

 

이 다음의 이야기는 내일 소설 프롤로그 올리고 난 다음에 이어나가겠습니다 그려.

Posted by Nu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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