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있으면 총선이군요.

여기 오시는 분들은 다 투표하실 테니 선거 얘기는 삼가겠습니다.


현재는 1권 수정을 멈췄습니다. 수정하다가 잠시 막혀서이기 때문이죠. 자금을 모아서 출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흐른다면 제대로 완성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인물은 손은희..

그녀는 손은하의 쌍둥이 동생입니다. 이 둘은 생김새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아서 서로의 시험을 대리로 치고도 걸리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둘은 말투가 달라 이걸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척 보고 둘을 구분할 수 있는 건 김하준이 유일하죠. 손은하를 소개할 때 이 부분을 더 적도록 하겠습니다.

손은희는 김하준, 미키, 이백향, 실비아, 김한균, 김두길 등과 더불어 1권에도 등장하는 몇 안 되는 구세대(?) 인물입니다.

전공은 로봇기계공학 쪽이고, 2019년에 사고가 나서 일본으로 건너가게 됩니다. 뭐, 다치거나 그런 건 아니구요.

손은희는 벤처 기업을 하나 만듭니다. 거기에 언니인 손은하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이 당시의 손은하는 민은선을 따라 오카자키 전력회사에 가 있기 때문이죠. 벤처를 만들기 위해 여러 인물을 포섭하는 데 그 중 한 명이 현준경입니다. 경영자문역할이죠. 자금은 다극화추진위원회에서 엄선한(?) 불특정 다수가 출자를 해줘서 해결합니다.

이 벤처 기업이 하는 건 감정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는 인간친화적 반능동 인공지능로봇의 생산, 판매, 관리입니다. 이 기술이 전세계에 확산되면 거의 모든 3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순식간에 실직자로 전락시킬만큼 주목받는 일이었죠. 이 로봇은 일단은 성공하게 됩니다. 사람의 모습, 언어, 감정, 요구사항 등을 인식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었죠.

여기까지만 해도 정말이지 꿈과 희망에 부풀었답니다... 불쌍한 손은희...

노동의 종언을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꿈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쯤되면 호사다마란 게 민은선이 만들어 낸 저주가 아닌지 의심될 정도죠.


일단 마트 한곳과 계약을 체결해서 시범운영을 하기로 합니다. 인간친화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감수성도 '손은희가 생각하기에 평균적인 수준'으로 갖고 있습니다. 사람은 기계보다 인간에게 친근감을 갖기 때문이죠.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마트에선 시범 도입 기간 일주일을 정해 이 로봇이 성공적으로 운행되면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노동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유토피아 시대가 열리는 첫 걸음이기 때문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죠.

첫날, 정상적으로 작동했습니다. 마트에 밀려든 인파는 전자상거래 같은 걸 떠올리지 못한 것도 아니지만, 호기심에 로봇을 보러 온 자도 있고, 진짜 그냥 장보러 온 시민들도 있었고, 로봇에 대해 탐탁지 않은 심정으로 뭐라도 실수하는 모습을 포착하려고 온 사람도 있고, 아무튼 마트의 홍보는 대체로 성공적으로 보였습니다.

이틀째, 마찬가지로 정상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첫날만큼의 인파가 밀려든 건 아니지만, 사람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걸 보고 시민들이 친근감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장보러 온 사람들은 거의 평소처럼 행동했습니다.

사흘이 된 날, 로봇은 켜지지 않았습니다. 전원을 넣어도 감감무소식, 손은희도 본사에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와 로봇을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현준경은 과학자도, 공학자도 아닌 경영고문이므로 손은희가 하는 걸 팔짱 끼고 쳐다보는 것 외에 할 게 없는, 이때만큼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심지어 본인도 그렇게 잠시 생각한 짐덩어리였습니다.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아흐레가 된 날, 손은희는 자신이 이끌던 개발팀과 현준경의 동의를 얻어 진상규명을 했습니다.

이들은 이 인간친화적 반능동 인공지능로봇이 자살했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유서 같은 것도 발견할 수 없었고, 그저 단순 고장이 아닌가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손은희는 자살이 아니면 설명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준경은 자살의 근거는 확답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열악한 사회문화와 가혹한 감정노동을 못 견딘 것이라고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손은희가 생각하기에 평균적인 수준'의 감수성을 가진 로봇이 견디기엔 세상이 너무 개차반이었고 지옥 같았다...란 거죠. 즉, 이 사건은 손은희와 현준경의 판단으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이 되는 사건인 겁니다.


인공지능 로봇의 자살


대대적으로 홍보도 했고 인력감축 계획도 실행할 기대에 부푼 마트 본사에선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습니다. 투자를 해서 손해를 봤는데, 이들은 누구에게 손해보전비용을 청구해야 했을까요? 자신의 고객들? 로봇에 어설픈 감수성을 넣어서 손해를 보게 한 소규모 벤처 기업?

고객과 싸울 수는 없어 본사에서는 손은희의 회사를 상대로 소송 제기까지도 생각했지만, 진상규명 당시 별다른 역할이 없던 현준경이 작성했던 계약서가 이 사태를 요리조리 피해가는 데 도움이 되어 화를 면했습니다. 하지만 벤처기업을 더는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손은희와 현준경은 회사를 정리하고 실업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들의 실직 소식을 들은 손은하는 동생과 친구에게 자신이 있는 회사로 올 것을 제안하고, 이들 실업자 무리는 강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을 자신들의 손으로 연다는 청운을 품고 일본으로 전부 넘어가게 됩니다.


세계의 운명을 바꿀 주사위를 던진 민은선, 주사위가 던져졌을 것이라 직감했던 권은주와는 다르게 손은희와 현준경은 오로지 생계와 생존을 위해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민은선이 예상하고 유도한 대로 이뤄졌으므로 주사위의 행방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Posted by Nu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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