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 test

카테고리 없음 2021. 7. 22. 22:25 |


공지에 채팅방 넣으면 채팅방 새로 안 파도 되려나...

Posted by Nushi
: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자격 문제에 대해 좀 더 논해보겠다. 최선의 인간[각주:1]을 선별해서 이들에게만 영생을 누릴 권리를 줘야 할까? 최선의 인간이란 존재하긴 하는가? 지구상 단 한 명에게만 이 권리가 주어진다면, 이는 오히려 무간지옥에 빠뜨리는 벌이 되지 않는가?[각주:2]

선별의 어려움과 더불어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영생할 권리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 느낄 박탈감과 분노이다. 권리 부여가 선량한 사람임을 인증하는 마크라면, 뒤집어 보아 권리 없는 자들은 선량하지 않은 사람으로 간주된다는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단순히 불만만 품고 그치기엔, 영생이 지닌 편익이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므로 불만은 강탈이나 소요 사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특히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잠시도 주저하지 않는 쓰레기일수록 권리 강탈에 혈안이 된다.[각주:3]

그러므로 최선의 인간에게만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최악의 인간에게만 권리를 박탈하는 방식이 영생자가 서서히 등장할 과도기적인 사회에서 채택할 대안으로 보인다.[각주:4] 한마디로 수명연장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가 규제로 제한될 것이라는 뜻이다. 다만 이는 그저 최악의 사태만 피할 뿐, 사회에 나타날 불만을 일소하는 방안은 아니다. 인간의 탈을 쓴 괴물에게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한들, 자신을 괴롭힌 적이 있는 사회의 잠재적인 암에게도 권리가 부여된 모습을 그냥 보고 지나친다는 건 지극히 어렵다. 가증스런 위선으로 무장한 기회주의자가 영생을 누리며 쌓아갈 죄악은 최악의 사태와 차악의 사태 간의 차이가 미미해보일 정도로 극악무도할 수 있다.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범죄 전력이 전혀 없으며, 이웃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아무개가 실제로는 집에서 몰래 감염 위험이 높은 치사성 바이러스를 합성해서 퍼트릴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치자. 영생자가 되기 전에는 얌전했던 그가 영생자가 된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 끔찍한 바이러스를 전 세계에 퍼트려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막대한 이익을 얻었지만,[각주:5] 결국 역학조사와 국제공조수사로 잡혀 처벌받는다고 하자. 불의를 단죄하고 정의를 세웠으니 감옥에 가두고 끝낼 수 있는 일인가? 영원히 아무개를 감옥에 가둔들, 이게 피해자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나마 영원히 가두는 거라면 아무개가 재범을 일으킬 여지가 없어지더라도, 만에 하나 징역 20년에 그친다면, 아니 설령 100보 양보해서 죄질의 무거움을 고려하여 징역 200년에 처하더라도 감옥에서 나오는 순간, 아무개는 학살자로 다시 악명을 떨칠 여지가 극도로 높다. 재범으로 감옥에 2,000년을 가둬도 아무개에겐 사실상 무의미한 처벌이 되어버린다. 사회가 할 수 있는 단죄란, 무기징역이나 사형, 그리고 도저히 탕감할 수 없는 막대한 벌금이 된다.[각주:6]

  1. 「최선」은 「완벽」과는 다르다. 완벽한 인간은 아무 결점이 없다. 이런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사람들을 감화하며, 명석한 두뇌로 맡은 역사적 소임을 모조리 완수하는 초인일지라도 춤을 못 출 수도 있는 법이다. 최선의 인간은 여러 결점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사는 동안 선량하려고 애쓰며, 한편으론 실제로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선택만큼은 피해온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양심을 지키면서 살아온 사람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나 설령 완벽한 인간에 못 미치더라도 최선의 인간 또한 보통 사람에게는 되기 어려운 목표다. 사람은 얼마든지 실수할 수 있는데, 때로는 이런 실수가 너무나 치명적이어서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하면 그는 최선의 인간이 아니게 된다. 딱히 심각한 악인도 아닌데 세상의 온갖 비난을 뒤집어쓰는 사람도 있다. 열악한 노동조건, 줄어들지 않는 잔업에 시달리다가 방사능 누출 사고를 터트렸다고 치자. 과연 이 핵발전소에서 근무하던 사람만이 모든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결과만 따지면, 여기 근로자는 최선의 인간이 아니게 된다. 꼭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주변 여건 때문에 최선의 사람이 아니게 된다. [본문으로]
  2. 이 사람이 알던 지인은 이르든 늦든 모조리 세상을 떠날 것이므로 영생자는 낯선 이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 물론 살다 보면, 낯선 이와도 얼마든지 친해질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친해진 이들도 떠난다. 이를 계속 반복한다. 언제까지? 영생자 혼자 세상에 남을 때까지 혹은 영생자가 스스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래도 이를 감당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사람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영생을 못 겪어봤으므로 장담한 대로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동물이니까. [본문으로]
  3. 영생을 위한 방식이 일회적이라면 피할 수 있지만, 주기적인 약물 복용이거나 주기적인 시술일 경우 문제는 극도로 심각해진다. [본문으로]
  4. 그런데 여기서도 최악의 인간의 범주가 문제가 된다. 세상에는 학살자나 연쇄살인마처럼 최악의 인간이라고 손쉽게 판단할 수 있는 케이스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범죄를 하나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부도덕으로 똘똘 뭉친 사람은 어떤가? 우리는 인터넷을 하다 보면, 거의 매일 그런 인간언저리에 걸쳐 있는 괴물을 보게 된다. 괴물의 마음을 가진 자는 구제할 수 없는 최악의 인간이 아닌가? [본문으로]
  5. 이익을 바라지 않고 단지 학살이 좋아서, 혹은 사이비 종교에 심취하여 이런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익을 노린 경우 아무개는 훨씬 더 구제불능 쓰레기가 된다.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세상에 퍼져서 혼란이 가중될 때 바이러스와 관련된 정보를 백신 회사에 조금씩 팔면 금세 떼돈을 벌 수 있다. 사람들이 더욱더 많이 감염될수록 아무개가 벌어들일 이익은 더욱더 커지게 되는데, 벌어둔 돈을 은행에 몽땅 집어넣고 감옥에 갔다가 나오면, 은행이 파산하지 않는 한 복리로 재산이 생겨버린다. 따라서 단 한 푼의 이익도 챙길 수 없도록 부당이득을 모두 몰수하고 막대한 벌금을 매겨야 한다. [본문으로]
  6. 사례로 든 죄과를 범한 자는 교화를 통해서 사회에 돌려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나는 여긴다. 교화가 불가능한 범죄자에게 가해질 처분은 결국 단죄뿐인 셈인데, 만약 어떻게든 단죄를 포기하고 교화를 시도한다면 도저히 전미(展眉)할 수 없는 사람들이 사적 제재를 가하려 할지도 모른다. [본문으로]
Posted by Nushi
:

 영생을 누릴 자격은 중요한 문제로 떠올라야 한다. 병에 걸렸을 때 치료받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렇다면 영생을 누릴 권리도 그러한가? 돈만 내면 누구나 영생을 누려야 하는가? 영생에서 비롯되는 문제 중 하나는 악인의 영원불멸일 것이다. 이는 정치가 몇 명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음모론을 신봉하는 적지 않은 사람이 일으킬 문제의 수준이 진짜 경악할 문제다. 진지한 음모론자는 음모론을 철저히 검증하지 않은 채, 이를 참이라는 전제를 깔고 행동에 옮기기에 큰 골칫거리가 된다.[각주:1] 그런 사람들이 테러를 벌인다면, 다 잡혀 들어가거나 어떤 식으로든 표적이 되어 죽을 것이다. 진정한 문제는 그런 즉각적인 행동이 아니다. 영생하는 진지한 음모론자가 꾸밀 진정한 음모는 합법적인 과정을 통한 음모론 전파 및 양성이며, 이는 정치 논리가 음모론에 잠식되어가며 민주주의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음모론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지나간 일에 대한 음모론과 그렇지 않은 음모론. 지구가 평평하다거나 인류가 달에 간 적이 없다는 음모론은 완벽하게 반박할 수 있다. 지구 밖으로 나가면 지구가 둥글다는 걸 확인할 수 있고, 달에 간 인류의 흔적도 볼 수 있다.[각주:2] 지구 밖으로 나가는 게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라 이런 음모론 반박에는 가장 확실하지만,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 지구가 평평하다면 바다의 수평선 너머에 육지가 보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바닷물만 보인다. 지구가 평평하다면 육지나 바다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있어야 하지만, 그 끝은 없으므로 영원히 알 수 없다. 달의 경우에는 나사 홈페이지에 상세히 적혀 있다.

 그런데 지나간 일, 즉 과거에 대한 음모론은 어떤가. 요새는 많이 인식이 바뀌었다지만, 마리앙투아네트는 사치스럽고, 명성황후는 떳떳한 조선의 국모라는 식의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그나마 이런 헛소문은 반박할 자료가 남아 있어서 인식이 바로잡힐 수 있었다. 그러나 자료가 유실되어버릴 경우, 제멋대로 폭주하는 망상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얼마나 많은 자료가 온존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미치광이의 세상을 파탄 낼 아이디어는 흉포하게 모두의 인식을 할퀴어 갈기갈기 찢는다. 자신이 신봉하는 음모론이 참이며, 반박하는 자료가 세상을 참람스럽게 혼돈에 빠뜨린다고 여겨 취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은 자료의 멸진이다. 그리하여 자기 좋을 대로 꾸민 음모론을 끊임없이 퍼트린다. 언제까지? 어차피 수십, 수백, 수천, 수만 년의 시간이 있는데 그야 음모론 확산에 성공할 때까지다.[각주:3]

 어떤 사람들은 이를 기우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물론 기우에 그치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세상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또라이가 의외로 많다. 그래도 이를 기우라고 치부할지도 모른다. 그런 자들에게 자신들의 망상을 관철할 행동력이 없을 것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에 만연하는 온갖 역사왜곡을 보면,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세상은 위기라고 봐야 한다. 심지어 이런 역사왜곡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 단위에서 장려 내지 방치되고 있다.

 사람은 제멋대로 믿고 싶어서 망상에 현실을 끼워 맞추려고 할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영생이란 두려운 것이며,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이해하기 편할지도 모르겠다. 을사오적이 여태 살아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사람들을 현혹한다고 가정해 보자. “아니, 그들은 누가 봐도 역적이자 매국노 아닌가? 아무도 역적을 환영할 리가 없다.” 과연 그렇게 장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날의 세태로 미루어 보아, 을사오적이 여전히 살아있다면 분명 이들에게 추종자가 있으리라 장담한다.

 굳이 을사오적이 아니더라도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자가 영생을 누릴 자격이 있을까? 나는 없다고 본다. 그런데 반역을 꿈꾸는 역적도당이 세력을 불리며 진보된 기술과 현란한 선동으로 「영원한 군림」을 노린다면, 이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각주:4] 철저한 학살로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고 모든 선거를 폐지하여 반발의 싹을 짓밟아 없애려 한다면, 영생은 그저 끔찍한 지배를 낳은 저주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영생을 보장하는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이는 매우 제한적으로 조심스럽게 보급되어야 한다.


자꾸 영생영생거리니까 사이비 같아 보이는데, 영원한 삶이라고 늘여쓰기 귀찮으니 어쩔 수 없다.

순서를 맞추려고 하지만, 뜻대로 안 될 수도 있다. 어차피 메모니.

  1. 물론 음모론 신봉자로 보이는 사람 중에 실제로는 음모론을 진지하게 신봉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지구가 둥근 줄 뻔히 알면서 “지구는 평평해!”라고 지껄이다가 누가 열변을 토하며 반박하면 “사실 나도 지구가 둥근 줄 알아. 단지 네 반응이 웃겨서 그랬을 뿐이야.”라고 히죽거리는 부류의 인간 말이다. 정말 한 대 치고 싶겠지만, 진지한 음모론 신봉자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앞서 언급된 장난치는 거짓(?) 음모론자도 진짜 음모론자를 만나면 금세 진지해질 수 있다. 음모론자의 격은 아무리 논파된 명제라도 참이라고 박박 우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가짜 음모론자의 경우 거짓 명제를 참이 아니라고 알면서 농담하는 것이지만, 진짜 음모론자의 경우 거짓 명제에 가해진 모든 반박이 잘못되었거나 부족하다고 여긴다. [본문으로]
  2. 물론 아주 먼 미래에는 달에 찍은 발자국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쯤이면 인류가 지구에 살긴 할까? [본문으로]
  3. 이를 방어하는 방법은 비용이 꽤 들더라도 자료의 사본을 꾸준히 만들어 여기저기 퍼트리면서 원본은 대중이 모르는 장소에 은닉하는 것이다. 설령 사본이 몇 개 없어져도 사본을 계속 만들 수 있다면 미치광이 음모론자의 계획은 막을 수 있다. 원본은 어디에 두는 게 가장 안전할까? 아무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텅 빈 곳, 즉 우주 최대 공허가 안전성만 따지자면 제일일 것이다. [본문으로]
  4. 나는 이게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민주주의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지키기 어렵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생산성을 증진시키고 삶을 더 윤택하게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디스토피아로 다가설 가능성 또한 증가시킨다. [본문으로]
Posted by Nushi
:

 오래 살고자 하는 욕구, 불로불사 내지 불로장생에 대한 욕망은 먼 옛날부터 허무맹랑하게 여겨졌을지언정 엄연히 존재하는 갈망이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 나머지, 그가 이룩한 중국 통일이라는 위업은 그의 사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망국의 길로 접어들이 빛이 바랬다. 이보다 더 오래 전,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영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영생에 관한 온갖 이야기가 늘 그렇듯, 실패로 귀결된다.

 영생, 불로불사, 불로장생에 대한 많은 이야기는 이를 바라는 인간의 처절한 실패로 마무리된다. 이 씁쓸한 결말은 우리에게 영생 따위는 바라지도 말라는 낡은 교훈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금껏 영생에 성공했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세계 인구가 80억을 목전에 둔 이 순간에도.

 그러나 통계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1세기에 접어든 오늘날과 비교해 보면, 영아사망률은 놀라울 만큼 낮아졌고, 기대수명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높아졌다. 아니, 이런 표현을 접하면서 뭐 이런 호들갑이 다 있나 싶을 사람도 있겠지만, 통계에 나온 수치를 보면 진짜 극적인 변화라는 게 맞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당장 우리나라만 봐도, 세계은행에 의하면 1960년에 약 55세에 지나지 않던 기대수명이 2017년에는 약 83세가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더 기대수명이 늘어날 것이다. 기대수명의 한계는 언제일까? 여기서 우리는 기나긴 삶이 빚는 문제에 시선을 돌리게 된다. 물론 여전히 영생이란 요원한 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생이 가능해질 때, 우리는 삶과 죽음에 관한 선택에 직면할 수밖에 없어진다.

 사실 나는 오래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오래 사는 사람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는 있어도, 오래 못 사는 사람이 삶을 연장시키는 건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언제 죽을지 고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택이라는 문제에서 오래 사는 것이 우위에 선다.

 그러나 오래 사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도 있다. 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삶에 수반되는 각종 문제에 더 오래 직면하게 된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생존에 수반되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이리라. 게다가 그런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삶이 쉽게 지루해지지 않겠냐는 두려움도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수명에 관한 한계편익은 모든 이에 대하여 무한대는 아닌 모양이다. 수명을 재화라고 치부하기는 어렵겠지만, 의약품을 소비하거나 의료 서비스를 받는 등 삶을 더 연장시키는 데에 들이는 노력을 수명 1[각주:1] 연장에 대한 대가라고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수명에 관한 한계비용이라고 치자. 이렇게 늘린 수명 1년으로 누릴 수 있는 삶의 즐거움이 편익이라면 이를 수명에 관한 한계편익이라 간주해도 되지 있을까. 한계편익이 무한대라면, 한계비용이 어떻든 간에 재화를 무한대로 소비하려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수명에 관한 한계편익이 무한대라면, 게다가 수명을 무한대로 늘릴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영원히 살려고 발악하려는 게 정상일 것이다. 진시황의 경우, 그는 살면서 온갖 것을 다 이뤄봤기 때문에, 남은 욕망이 수명 늘리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수명에 관한 한계편익은 사실상 무한대였던 셈이다. 설령 무한대가 아니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수명에 관한 한계비용보다는 아득히 높았으리라고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이에 대하여 수명에 관한 한계편익은 무한대가 아닌 듯하다. 무한히 사는 데에 대한 두려움을 표명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다. 이들의 두려움은 비이성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영생에 대한 두려움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오래 살면 그만큼 위험에 마주할 확률이 점증하는 셈이다. 쌓아놓은 재산이, 업적이, 명예가 많을수록 잃어버릴 재산도, 업적도, 명예도 많아진다.

 지금까지 말한 방식처럼 장생에 대한 장단점은 핑퐁처럼 주고받는 항목의 연속처럼 보인다. 여기에 어느 항목에 중점을 둘 지는 전적으로 각자의 판단이다. 이는 영생을 가능케 할 기술이 현실에 출현하더라도 모두가 이 기술을 받아들이지는 않으리라는 점을 암시한다.

 그러나 오래 산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선택의 우위가 있으므로 오래 살기를 선택할 사람이 많다고 본다.

 여기서 확실히 해둬야 할 점은, 영생이 그저 늙더라도 죽음을 끊임없이 유예하여 그저 죽지만은 않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라도 오래 살고자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영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젊은 상태를 무한히 유지함에 있다. 극단적으로 비교해보자. 100세의 신체 나이로 1,000년을 사는 것보다 20세의 신체 나이로 100년을 사는 편을 대체로 더 선호하리라고 본다.[각주:2]

 


과연 끝맺을 수 있는 글이긴 할까나...

한계편익이냐, 한계효용이냐, 그것이 헷갈린다.

티스토리 좀 뭔가 많이 바뀐 듯.......?

  1. 반드시 1년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하루 늘리는 것보다 1년 늘리는 편이 의료비 지출을 늘리는 심리적인 정당성을 더 쉽게 확보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를 더 살기 위해 1억 원을 지출하는 것보다 1년을 더 살기 위해 365억 원을 지출하는 편이 더 낫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하루에 지출하는 절대적인 액수는 같지만, 심리적으로 1년 더 사는 게 낫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사실 액수 이외의 것을 고려한다면 하루 더 사는 것과 1년 더 사는 것에 들이는 하루 평균 지출액이 절대적으로 같더라도 둘의 실질적인 가치는 다르다. 하루의 경험보다 1년의 경험이 더 많은 데다 연속적이기 때문이다. 경험의 연속성은 상당히 중요한데, 소설 한 권을 온전히 읽는 게 소설 한 챕터만 읽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과 같은 이치다. 마찬가지로 두 시간짜리 영화를 20분 볼 수 있는 권리로 쪼개 판다면, 누가 그렇게 쪼개진 영화를 보려고 할까? 조각난 재화보다 하나의 온전한 재화가 우위에 있듯이 마지막으로 살 하루보다 마지막으로 살 1년이 더 우위에 있는 것이다. [본문으로]
  2.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재화에 대한 선호가 그렇듯, 수명에 대한 선호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시한부 인생임에도 어떤 식으로든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가온 죽음 앞에 모든 걸 내려놓고 존엄사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1,000년 사는 동안 겪을 온갖 경험에 중점을 두는 사람은 설령 신체 나이가 젊지 않더라도 무조건 오래 사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 아무리 노화로 인해 몸이 고통스러워도 1,000년 동안 수많은 만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소설, 음악, 스포츠 경기, 정치변동, 환경변화, 기타 등등을 즐기고 섭렵하는 데에 느끼는 기쁨이 앞선다면 장생에 따르는 노화라는 대가를 충분히 치를 만하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Nushi
:

写真

2016. 7. 4. 22:23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2010년에 이 소설을 쓸 때 생각해 둔 (나름 디스토피아적) 미래는, 사실 현실성이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했지요.

이 블로그에는 2013년에 간략히 소설 설정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세계관의 핵심에는 비밀 결사 단체가 있고, 몇 가지 사건들이 터진다는 거죠.

그 사건 중에는 한국의 대규모 두뇌 유출 사건(이공계 출신 엔지니어, 과학자들이 대규모로 국외 이탈)이 포함됩니다.[각주:1]

아.. 2010년은 물론이고 2013년에도 별로 현실성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오유 과학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니 우려스런 일이 벌어지고 있나보더군요.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52877

[속보] "이공계 병역특례 2023년까지 폐지"

혜택을 더 줘도 모자랄 판에 있는 제도마저 폐지시키려 합니다.

해당 기사에 의하면 '병역특례제도를 2023년까지 전면 폐지키로 결정했다'라고 합니다.

안 그래도 예비군 개밥 사건이니, 방산 비리, 각종 사건들로 국방부는 오명을 얻은 판국에 아예 막가자는 건지 궁금하네요.

댓글에는 국내 대학원 진학 포기가 속출하고 있는 듯합니다.

기초 과학이 부실하다고 말만 그러지, 막상 제대로 육성시킬 생각은 없어보입니다.

  1. http://ejqspdb.tistory.com/4 [본문으로]
Posted by Nushi
:

곧 있으면 총선이군요.

여기 오시는 분들은 다 투표하실 테니 선거 얘기는 삼가겠습니다.


현재는 1권 수정을 멈췄습니다. 수정하다가 잠시 막혀서이기 때문이죠. 자금을 모아서 출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흐른다면 제대로 완성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인물은 손은희..

그녀는 손은하의 쌍둥이 동생입니다. 이 둘은 생김새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아서 서로의 시험을 대리로 치고도 걸리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둘은 말투가 달라 이걸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척 보고 둘을 구분할 수 있는 건 김하준이 유일하죠. 손은하를 소개할 때 이 부분을 더 적도록 하겠습니다.

손은희는 김하준, 미키, 이백향, 실비아, 김한균, 김두길 등과 더불어 1권에도 등장하는 몇 안 되는 구세대(?) 인물입니다.

전공은 로봇기계공학 쪽이고, 2019년에 사고가 나서 일본으로 건너가게 됩니다. 뭐, 다치거나 그런 건 아니구요.

손은희는 벤처 기업을 하나 만듭니다. 거기에 언니인 손은하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이 당시의 손은하는 민은선을 따라 오카자키 전력회사에 가 있기 때문이죠. 벤처를 만들기 위해 여러 인물을 포섭하는 데 그 중 한 명이 현준경입니다. 경영자문역할이죠. 자금은 다극화추진위원회에서 엄선한(?) 불특정 다수가 출자를 해줘서 해결합니다.

이 벤처 기업이 하는 건 감정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는 인간친화적 반능동 인공지능로봇의 생산, 판매, 관리입니다. 이 기술이 전세계에 확산되면 거의 모든 3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순식간에 실직자로 전락시킬만큼 주목받는 일이었죠. 이 로봇은 일단은 성공하게 됩니다. 사람의 모습, 언어, 감정, 요구사항 등을 인식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었죠.

여기까지만 해도 정말이지 꿈과 희망에 부풀었답니다... 불쌍한 손은희...

노동의 종언을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꿈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쯤되면 호사다마란 게 민은선이 만들어 낸 저주가 아닌지 의심될 정도죠.


일단 마트 한곳과 계약을 체결해서 시범운영을 하기로 합니다. 인간친화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감수성도 '손은희가 생각하기에 평균적인 수준'으로 갖고 있습니다. 사람은 기계보다 인간에게 친근감을 갖기 때문이죠.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마트에선 시범 도입 기간 일주일을 정해 이 로봇이 성공적으로 운행되면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노동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유토피아 시대가 열리는 첫 걸음이기 때문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죠.

첫날, 정상적으로 작동했습니다. 마트에 밀려든 인파는 전자상거래 같은 걸 떠올리지 못한 것도 아니지만, 호기심에 로봇을 보러 온 자도 있고, 진짜 그냥 장보러 온 시민들도 있었고, 로봇에 대해 탐탁지 않은 심정으로 뭐라도 실수하는 모습을 포착하려고 온 사람도 있고, 아무튼 마트의 홍보는 대체로 성공적으로 보였습니다.

이틀째, 마찬가지로 정상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첫날만큼의 인파가 밀려든 건 아니지만, 사람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걸 보고 시민들이 친근감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장보러 온 사람들은 거의 평소처럼 행동했습니다.

사흘이 된 날, 로봇은 켜지지 않았습니다. 전원을 넣어도 감감무소식, 손은희도 본사에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와 로봇을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현준경은 과학자도, 공학자도 아닌 경영고문이므로 손은희가 하는 걸 팔짱 끼고 쳐다보는 것 외에 할 게 없는, 이때만큼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심지어 본인도 그렇게 잠시 생각한 짐덩어리였습니다.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아흐레가 된 날, 손은희는 자신이 이끌던 개발팀과 현준경의 동의를 얻어 진상규명을 했습니다.

이들은 이 인간친화적 반능동 인공지능로봇이 자살했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유서 같은 것도 발견할 수 없었고, 그저 단순 고장이 아닌가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손은희는 자살이 아니면 설명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준경은 자살의 근거는 확답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열악한 사회문화와 가혹한 감정노동을 못 견딘 것이라고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손은희가 생각하기에 평균적인 수준'의 감수성을 가진 로봇이 견디기엔 세상이 너무 개차반이었고 지옥 같았다...란 거죠. 즉, 이 사건은 손은희와 현준경의 판단으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이 되는 사건인 겁니다.


인공지능 로봇의 자살


대대적으로 홍보도 했고 인력감축 계획도 실행할 기대에 부푼 마트 본사에선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습니다. 투자를 해서 손해를 봤는데, 이들은 누구에게 손해보전비용을 청구해야 했을까요? 자신의 고객들? 로봇에 어설픈 감수성을 넣어서 손해를 보게 한 소규모 벤처 기업?

고객과 싸울 수는 없어 본사에서는 손은희의 회사를 상대로 소송 제기까지도 생각했지만, 진상규명 당시 별다른 역할이 없던 현준경이 작성했던 계약서가 이 사태를 요리조리 피해가는 데 도움이 되어 화를 면했습니다. 하지만 벤처기업을 더는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손은희와 현준경은 회사를 정리하고 실업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들의 실직 소식을 들은 손은하는 동생과 친구에게 자신이 있는 회사로 올 것을 제안하고, 이들 실업자 무리는 강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을 자신들의 손으로 연다는 청운을 품고 일본으로 전부 넘어가게 됩니다.


세계의 운명을 바꿀 주사위를 던진 민은선, 주사위가 던져졌을 것이라 직감했던 권은주와는 다르게 손은희와 현준경은 오로지 생계와 생존을 위해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민은선이 예상하고 유도한 대로 이뤄졌으므로 주사위의 행방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Posted by Nushi
:

곧 있으면 설날이군요.



현재 또 다시 살인자~를 수정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긴 문장을 읽기 편하도록 나누거나 한자를 줄이고, 프롤로그의 내용을 어떻게든 제 방식대로 써볼 요량입니다. 최대의 목표는 오글거림을 줄이고 담백하게(?) 보이도록 하는 겁니다. 대사가 볼 때마다 너무 오글거리네요. 현재는 소설에 보이는 치명적인 결함이 좀 보이는 편이라 그 부분만 없애나가면 상업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않을까 희망적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상업성이 있다고 출판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자본도 없고 여유도 없으니까요.

추격자~는 스토리를 완전히 갈아엎어서 지금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은 등장하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상당히 변형된 모습이 될 겁니다. 이 부분은 좀더 근본적으로 스토리를 뒤엎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살인자~ 후기에도 쓸 생각이지만, 각 권수마다 작중화자가 거의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곤 해도 그게 등장인물 중 누군가의 시점에서 서술되는데, 그 누군가가 각 권마다 다릅니다. 그러니까 작중인물의 생각이나 감정, 상황을 단정적으로 서술한다고 쳐도 실제로 그러리란 법이 없는 겁니다.



자... 서론이 길었군요.

저번엔 민은선과 다극화 추진 위원회의 기원에 대해 설명했으니..

이번엔 권은주를 설명할 차례인 듯싶습니다.


다시 한 번 언급하는 바이지만, 이건 소설입니다....

또 여기서 설명된 설정이 무조건 본편에 등장한다는 보장도 없고, 막상 글을 쓸 때는 설정이 수정될 수도 있습니다.


권은주는 원래는 분자생물학을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지만 민은선의 권유로 미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됩니다.

사실 저는 문과 출신이라서 이 소설에 나오는 상당수의 과학 관련 이야기는 과학적 근거가 거의 없습니다. 다 상상이죠.

근데 너무 기본적인 지식 없이 생물학자 캐릭터를 만들려고 한 게 무리수였던 탓에 요즘 극단의 생명이라는 과학 교양서적을 읽고 있습니다. 의외로 재밌고 또 쉽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본격적으로 권은주가 등장할 시기는 5권부터이니, 그 전까진 과학적으로 뭔가 설명해야 할 부분은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다시 캐릭터 소개로 돌아오죠.

권은주는 부친이 도장 사범이라 호신술을 익힌 편이기도 하고, 영춘권을 구사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또한 차유라의 어머니이기도 하죠.

민은선과는 고교 동창이며 김하준과는 사이가 그다지 좋진 않습니다.

원래는 분자생물학을 계속 하면서 한국에 남아 있으려고 했지만, 석사까지만 가능했고 나중엔 대학원에서 쫓겨납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본편에서 안 나오고 여기서도 설명하지 않습니다.(저번 글을 유심히 읽으셨다면 아시겠지만, 이는 민은선의 미래 계획의 반동입니다. 자신이 쫓겨난 이유를 알게 되면 권은주는 민은선에게 크게 실망할 터인데, 민은선은 그런 얘기를 안 하니 권은주로선 죽을 때까지 모릅니다. 친구를 잘못 둔 건지, 잘 둔 건지...) 중요한 건, 권은주가 순식간에 백수 신세가 되었고, 생계 유지를 위해서 여러 모로 방도를 찾아보다가 민은선에게 권유를 받게 됩니다. 자신이 있는 회사로 오라는 것이었죠.

근데 이게 왠걸, 민은선이 권유한 곳은 생물학과는 인연이 전혀 없는 외국의 전력회사였습니다.

그러나 생계 문제에 시달리고 있던 권은주는 바로 일본으로 떠납니다. 그곳에서 만난 고교 동창이 민은선, 손은하, 손은희였죠.

사실 피에 물든 밤 시리즈가 민은선도 중요하지만 권은주의 존재 없이도 성립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업적으로 민은선의 계획을 현실적으로 실현시킬 조직을 출범시키는 데 성공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죠.


권은주는 방사능 폐기물을 근본적으로 생태계로 되돌려도 좋은 수준으로 정화시키는 미생물을 배양해내는 데 성공한 겁니다. 반감기를 강제로 앞당기거나 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이는 민은선, 손은하, 손은희의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그야말로 돈방석에 오를 수도 있었지만, 이들은 돈을 택하지 않고 세계의 미래를 바꾸는 데 합의합니다.

그렇다고 얘네가 속한 회사가 돈을 안 벌었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오카자키신재생전력회사는 단번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거든요. 참고로 이때즈음엔 이미 수도를 관서로 옮기고 일본의 쇠락이 가시화될 즈음인 2018년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각주:1] [각주:2] 그런데 2018년은 이 시리즈에서 언급만 된다뿐이지 특별히 자극적인(?) 사건이 없어서 그냥 설명만 하고 넘어가버립니다...(사실 아무도 안 죽는 시점은 이 소설에선 안 다룹니다.)


2020년엔 중국발 무역 충격이 발생하고 대대적인 사회혼란 속에서 한국은 핵사고를 터트립니다.

그리고 2021-2022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의 제목이 협상가~인 이유가 이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서 얘네 회사가 내세운 대표(민은선)가 한국의 각 정당과 다자대면협상을 벌이고 체결된 협상을 수행하면서 겪는 온갖 에피소드가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죠.

살인자~에서 나온 실비아도 등장하는데, 실비아는 극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의 연관성에 의문을 품고 부하를 전력회사에 잠입시켰다가 발각당하게 됩니다.

누구에게 발각당하느냐면..

당연히 권은주한테죠...


권은주는 사실 좀 불쌍한 캐릭터입니다. 친구한테 속아서(?) 미래를 바꾸는 계획에 참여한 건 맞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매커니즘 속에 자신이 놓여있는지 파악을 못 합니다.

들은 얘기라곤..

1. 2020년 즈음부터 전쟁 위기가 극단적으로 치솟는다.

2. 전쟁이 일찍 터질수록 사망자 수는 경악할 수준을 기록할 것이다. 대략 4~60억명의 사망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3. 이를 유예시키는 계획을 계속 실현할수록 전쟁 발발 예정은 늦춰질 것이고, 1년 정도 늦춰질 때마다 평균 1억 명의 인명을 구할 수 있다.

4. 그러나 유예한계연도인 2049년을 넘겨서까지 유예시킬 순 없다.

뿐입니다. 그러니 다극화 추진 위원회의 최대 목표는 전쟁을 무슨 수를 써서든 늦추는 한편, 전쟁이 터졌을 때 거기에 대응할 역량을 한국이 가질 수 있도록 물질적, 제도적, 인사적 차원에서 돕는 겁니다. 안 그러면 멸망할 것이 분명하거든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말이죠...

권은주가 반드시 들었어야 했던 이야기는 정작 못 들었다는 겁니다.

5. 이 계획을 실천하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2025년에 다극화파의 주요 인물 중 세 명은 반드시 살해당한다.

참........ 좋은(?) 친구 둬서 목숨을 담보로 내놓게 되었습니다.

민은선은 친구인 권은주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지막 사항은 알려주지 않은 겁니다. 아무래도 목숨 내놓고 세계를 구하는 걸 달가워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권은주는 설령 5.를 알았더라도 이 계획에 참여했을지도 모릅니다.

은연중에 깨달았는지도 모르죠. 그도 그럴게, 고교 시절 민은선 주위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혀 모를리가 없으니까요.

자신이 쥔 적 없는 주사위가 높이 던져진 걸 직감하고, 권은주는 자신이 감수해야만 하는 숙명을 짊어지기로 말없이 맹세합니다.

  1. 이 설정을 만들 무렵은 2010년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네이버 블로그의 글을 참고해보니 2011년 6~7월 즈음인 것으로 보입니다. 소름돋을 필요 없었어... [본문으로]
  2. (전략)일본은 원전 사태 이후로 여러 대체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한국에서는 이제 와서 뒤늦게 새로운 기술 개발에 뛰어들기보다는 일본의 전력 회사의 진출을 허용하는 대신에 일본에 있는 한국 문화재를 본국으로 들여오고 영토, 영해 문제에 종지부를 찍는데 합의하였다.(후략) 추격자와 피에 물든 밤(2011.07.22 작성글) [본문으로]
Posted by Nushi
:


본 설정 카테고리의 모든 글은 피에 물든 밤 소설 시리즈에 등장할 예정이거나 등장한 소설 내의 설정을 다룰 방침입니다.

따라서 이 글에 나오는 것은 전혀 현실과 무관합니다.

여기 적는 글은 모두 소설 내에 통용되는 이야기란 말씀입죠.


시리즈 내에서 가장 복잡하고 장황한 파트가 될 내용은 협상가와 피에 물든 밤, 반역자~, 배신자~입니다.

2020-2025년이 위 세 권의 시간적 배경입니다.



일단 다극화 추진 위원회를 먼저 설명해야겠군요.

다극화 추진 위원회는 비밀 결사 단체입니다. 모체가 되는 단체는 1980년에 창설되어 2049년까지 이어져오는 역사(?)와 전통(?)이 깊은 단체이고 그 하위 조직이 다극화 추진 위원회지요. 사실 다극화 추진 위원회 자체는 독단적으로 모든 일을 수행해내진 못합니다. 또 처음부터 과격한 단체도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지역 내의 네트워크에서 시작했을 뿐이죠. 비밀 결사랄 것까지도 없이 그저 면식 있는 사람들이 술집에 모여서 잡담이나 하는 그런 이름없는 친구들의 모임이었습니다. 1987년의 격렬한 시위에도 참가했지만, 그 또한 그저 술안주거리가 될 추억으로 남았을 뿐이죠.

하지만 1997년을 지나면서 이 모임에 속한 사람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동료가 하나둘 죽으면서 성격이 조금씩 변하게 됩니다. 친구들끼리 신세한탄이나 하고 술이나 걸치던 친목 모임 같던 소규모 네트워크가 세상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의문을 품고 그 해답을 찾으며 세상을 어떻게든 바꿔나갈 결의를 하는 모임으로 변합니다. 그러면서 기존에 속한 사람들이 초기파, 1997-2008년에 합류한 사람들이 중진파가 됩니다. 이 때에도 하나의 사상이나 기조가 없고 모임명조차 없었습니다. 여전히 소규모 네트워크에 불과하고 해낸 일도 별로 없죠. 이들 초기파와 중진파는 스스로 이름없는 자들이라 지칭합니다.

그런데 2009년이 되면서 한 번 더 격렬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무명의 소규모 네트워크에 지나지 않았던 모임은 성격이 급변하게 되어 조직적인 체계를 갖출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한 번 더 인재를 영입하게 됩니다. 2009-2019년에 합류한 이들을 다극화파라고 지칭하고 이들 중에는 세상에 평지풍파를 일으킬 갖은 일들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 다극화파가 결성한 하위조직이 바로 다극화 추진 위원회죠. 그럼 상위단체의 이름은? 이름없이 시작했으니 끝까지 이름없이 가자고 무명인 연합이랍니다. 어나니머스랑은 관계없습니다.

다극화 추진 위원회는 말 그대로 양극화에 반대하고 다극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내세운 결사단체입니다. 주요 구성원으로는 민은선, 김하준, 손은하, 손은희, 권은주, 차태식, 이백향, 한해주, 현준경, 서지현, 본인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다극화파가 영입한 마지막 세대가 최후파입니다. 다극화파와 최후파에선 자신들의 당면 목적이 모두 달성되면 스스로 해산하기로 결의합니다. 목적이 달성되고도 이 집단이 힘을 발휘하면 어떤 재앙이 빚어질지 모르니까요.


이제 민은선에 대해 설명할 시간이군요.

민은선은 대안학교에서 중학생 시절을 보낸 뒤 부산으로 와서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위를 받은 뒤 일본의 전기회사에 취직합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평범한 직장인의 인생경로라 보이겠지만..

고교 졸업 직전에 김하준과 접촉하게 됩니다. 그리고 김하준이 속한 모임에 흥미를 갖고 결국 가입하기에 이르죠.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민은선에겐 기정사실이었단 겁니다.

민은선에겐 한 가지 능력이 있습니다. 민은선이 사망할 때까지 검증되진 않지만, 그녀에게 미래를 계획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 능력이 얼핏 듣기엔 만능으로 보이지만 치명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바로 부작용이라고 할 만한 반동의 존재입니다. 예를 들어 민은선이 로또 1등을 확실하게 당첨된다고 계획하면, 그 당첨액수만큼 민은선에 영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누군가가 다칠 수도 있고, 병들 수도 있고, 사고날 수도 있고, 감옥 갈 수도 있고, 심하면 죽기도 하죠. 문제는 어디서 누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단 점입니다.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확실하게 피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걸 전혀 모르니까 어떤 일에든 이 능력을 써먹을 수가 없단 겁니다.

하지만 이를 써먹을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본인입니다.(본인이 소설에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는지는 소설에도 잘 안 다뤄질 겁니다. 민은선도 능력의 활용은 깨닫고 있었을 테고, 누군가가 등을 떠밀어주길 기다리던 때에 타이밍이 맞았던 것뿐이겠죠.


민은선의 능력은 쓰기에 따라 세계를 획기적으로 뒤엎을 수도 있으니까요. 대신 세계를 뒤엎은 댓가는 치르게 된다는 걸 압니다.

구체적이고 치밀한 계획은 세우지 않습니다.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자잘한 반동에 시달리는 건 사양이니까요. 그래서 큰 그림을 그립니다. 그 그림이 얼마나 크고 추상적인지는 오직 민은선만이 압니다. 그리고 그 그림을 현실에 완성시키기 위해 필요한 게 조직입니다. 은밀하면서도 강하고 기민하게 움직일 만한 역량을 갖춘 조직을 찾다보니 다극화 추진 위원회에 가입하게 되지요.

다극화 추진 위원회는 민은선을 포섭하고 민은선이 방대한 계획을 세움으로써 본격적인 디스토피아에 어울리는 단체(?)로 거듭납니다. 그렇지만 2020년이 되어도 좀체 계획을 실행하지 않습니다. 그런 계획을 쓰면 반동이 따르는데 그런 반동을 원치 않기 때문에 계획을 실행하지 않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러 방도로 애를 쓰죠.

하지만...

위원회에서 유예의 기준으로 삼은 자가 사망해버리고 위원회는 주사위를 하늘 높이 던집니다.

민은선은 알고 있습니다.

주사위의 숫자가 나오는 순간, 세계가 변해도 위원회의 사람을 제외한 세상 어느 누구도 자신이 무엇을 해냈는지 모른단 것도.

그리고 자신은 자기도 미처 상상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죽을 것이란 것도.



민은선의 주요 업적

-방사능 폐기물의 완전하고도 안전한 처리 기술 개발

-오카자키 그룹 통신 · 상업위성 제작 및 발사

-신설시 발전시설 단지 기획

-채무 소멸 계획 입안 및 실행

-핵융합 기술 상용화의 부분적 성공

Posted by Nushi
:

2016년 병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0년부터 구상했던 소설 내용이 시간이 흐를수록 어딘가에서 유실되고 까먹고 수정되고 난잡해지니 정리가 필요해졌습니다.

초기 설정대로 한 방에 끝냈으면 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텐데요.(최초엔 그냥 추리소설이었습니다.)


본 블로그에 이미 간략한 소개가 있긴 합니다만, 그것으론 뭔가 부족하단 생각이 듭니다.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추가 · 수정 · 삭제된 설정이 잔뜩 생겼습니다.

그러니 새롭게 소설 내용을 소개한다는 생각으로...하진 않고 대략 2020-2025년에 벌어질 일련의 일들을 언급할 생각입니다.


일단 시간순서를 나열하자면, 2037-2040-2044-2046-2020~2022-2023-2024~2025-2047-2048-2049-2050년으로 진행됩니다.

2037~2046년에 발생하는 일들의 배경에는 2020~2025년에 벌어진 일들이 있습니다.

근데 2020~2025년의 일들도 계획해보니 지나치게 방대한 내용이 되어, 세 권으로 쪼개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2020~2022 협상가~, 2023 반역자~, 2024~2025 배신자~ 등으로 말이죠.


이 중 협상가~는 2020년에 발생한 파국적인 경제 변동을 프롤로그로 삼고 있습니다.

이 설정들은 2010년에 생각해낼 땐 앞으로도 한국의 미래가 암담한 데다, 설상가상격으로 외국 정세의 급변이 직접 타격을 가하면 완전한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여겼습니다. 물론 그것이 당시엔 불가능하다고 여겼기에 소설로 쓸 생각을 했습니다. 적어도 이 땐, 우리나라 사람들이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췄을 것이라 추정했기 때문입니다.(하필 다른 건 거의 맞춰도 이걸 틀렸지만요.)


소설상에는 실제 정당명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정당 수가 의외로 많은 줄로 압니다만, 소설상에 언급되는 정당은 딱 세 곳뿐입니다.

수구당, 보수당, 진보당이죠.

수구당은 2007년부터 집권하여 두 번의 정권을 더 창출하게 됩니다.

2020년에 중국으로부터 무역 쇼크가 발생하게 됩니다. 무역 쇼크의 원인은 확실하게 언급되는 것이 없습니다. 여러 설들이 난무하지만 몇 가지만 간략히 언급될뿐이죠. 그보다 무역 쇼크의 타격이 전 세계에 전파되는데, 한국의 대중무역의존도가 높은 까닭에 직접적인 여파를 받게 됩니다. 무역수지는 단번에 적자로 전환되고 정부에선 부채 쇼크가 올 것을 우려하여 수습 방안을 마구 뿌리게 됩니다. 시간이 많다면 좀더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놨겠지만, 수구 정권에선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중국발 무역쇼크는 예상치 못했던 일인데다 지금껏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온갖 대책을 시행중이거든요.

대중무역을 주로 하던 수출 기업 상당수가 도산 위기에 내몰리게 됩니다. 정부에선 이들을 보조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지만, 정부의 코가 석자인 상태죠. 은행도 몸사리기에 급급합니다. 정부가 신뢰를 주지 못하니 대출을 해봤자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은 파산 신청하면 그만이고 은행은 손실을 입게 되니까요. 결국 이런저런 중구난방식 의논(대책이 아닙니다)이 진행되다가 이 수출 기업들 중 상당수가 부도 사태에 빠집니다.

기업을 살려야한다는 낡아빠지고 구태의연한 구호를 외치며 정부가 시행한 일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이걸 9.2 대책이라고 부르는데,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수 공기업을 제외한 나머지의 총체적이며 전면적인 민영화.

정부 자산의 매각 및 국공채 대량 발행.

노동개악 단행. 최저임금제를 철폐시키진 못하지만 최초로 이걸 낮춰버릴 계획을 세웁니다..

전국적으로 단행되는 구조조정.

그리고...

모든 복지 사업의 전면 중단입니다.

수구당은 노인들의 표로 근근이 당선되던 정권이지만, 이것은 아예 다음 정권 재창출을 포기한 특단의 대책입니다. 왜 이런 선택을 하느냐면, 일단 노인들의 지지 하락을 염두에 둘 상황이 아니죠. 국가부도가 임박해진 이때 어떻게든지 다음 정권에게 짐을 떠넘기도록 하면 되니까요. 설령 정권 재창출이 한번쯤 불가능하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혼란과 혼돈 정국에서 국민들은 자신들을 찾을 것이라는 13년간의 경험이 있었으니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와중에 시민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살인적인 퇴직 물결이 실업률을 급상승시켰고, 그에 못 견뎌서 시위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언론에 부각되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기괴하고 파괴적인 사건들이 해외에서도 집중 조명되고 있으니 한국이라고 그런 물결에 동조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심정으로(?) 국내 이슈는 거의 다루지 않습니다. 다룬다고 해도 부정적인 이미지만 심어주려고 하죠.

혼란은 수습되질 않고 자살율은 10만 명당 100명을 넘기는 사태로 번집니다. 물론 죽어가는 대부분은 나이들거나 가난하거나 힘없는 사람들이죠.

곳곳에 북한의 도발도 이어집니다. 캬... 이놈의 적대적 공생관계는 끈질기기 짝이 없습니다. 근데 이번은 좀 다른 거 같네요. 북한도 이번만큼은 큰맘먹고 있거든요. 이 정도의 혼란 정국은 본 적이 없으니 사실상 이게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싶어 몇 번 간을 봅니다. 하지만 안보마저 무너지면 수구정권은 다다음 정권이고 뭐고 역사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으므로 그것까진 어떻게든 지키려고 합니다. 물론 갖은 부패와 기강 해이에 시달린 군은 많은 손실을 입었지만 일단 도발을 틀어막는 데는 성공합니다.

이런 혼란의 결과를 단 두 가지 국내산출량의 후퇴와 근소한 폭의 물가하락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일단 그림 1의 상황이 중국발 무역 충격 발생 이전의 국내 상황입니다. P는 물가, Y는 총생산량, LRAS는 장기총공급곡선, SRAS는 단기총공급곡선, AD는 총수요곡선인데요. 정부가 계속 추진하던 정책은 AD곡선을 원점이 A점으로 옮기질 못 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침체로 볼 수도 있겠죠.

문제는 이 침체가 지속되는 와중에 그림 2의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단 겁니다. 그럼 B점보다 물가가 높은 C점으로 올라가야 정상이겠죠? 그런데 정부의 9.2 대책은 총수요를 다시 한 번 더 위축시킵니다.

밀튼 프리드먼의 항상소득가설에 의하면 개인의 소비는 항상소득에 의존한다고 하는데, 정부의 복지 철폐, 구조조정을 통한 실직자 양산 등으로 개인의 항상소득이 줄어들어버리게 되고 이는 수요 위축을 더 부추긴 것입니다. 결국 B와 거의 비슷한 물가수준인 D에서 2020년의 살벌한 경제 사정은 종결되지요. A점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생산량이 급감해버렸습니다. 완전고용이 달성되었을 때의 산출량과 비교하면 너무하다 싶을 수준이죠.

물론 위의 그림은 여러 설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주가 하락이 선행하여 발생했다는 말도 있고, 부동산 가격이 9.2 대책 발표 전에 무너졌으니 그래프를 수정해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일단 일반 대중들에게 "왜 물가 하락과 산출량 급감이 동시에 나타났는가"를 설명하는 데에는 저 정도의 설명이 편하니까요.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닌 게 다행입니다.

위 그래프에 표시하지 않았지만, 인구가 줄었기 때문에 Q=AF(K, L)로 나타내는 장기적인 의미의 총공급은 줄어들었습니다. 즉, 녹색선으로 표시한 LRAS조차 왼쪽으로 소폭 이동하게 되죠.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입니다. 이는 대략적인 설명이고, 원래대로라면 30페이지 조금 넘는 경제사적인 설명이 들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일뿐... 현실과 혼동하지 맙시다!

Posted by Nushi
:

때는 바야흐로 2010년도 2학기 시험기간이었습니다.

친구와 자판기 커피를 뽑아마시며 사회 문제에 대해 거침없는 격정을 쏟아붓고 있었죠.

당시에 너무 싫은 인간이 있어서 그 사람을 어떻게 하면 아무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을까, 나름 쓸데없는 망상을 함께 했습니다. 거기서 나온 결론으론, 현실에선 불가능하단 거였어요.

 

어째서 현실에선 완벽범죄가 불가능할까?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미해결사건이 존재하는 한, 일말의 가능성은 남아있겠죠.

단지 추리소설을 들여다보면 완벽범죄가 벌어진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습니다. 완벽범죄가 벌어지는 순간, 그것은 추리소설을 벗어나 미스테리소설이 되겠죠.

 

우리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사회문제에서 시작했던 이야기가 추리소설로, 추리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현재 제가 쓰는 글로 이어지는 겁니다.

 

친구와 저는 추리소설 매니아가 아닙니다. 물론 잡다하게 책을 읽는 편이긴 하죠. 단지 추리소설의 구성에는 어떤 패턴이 눈에 띠는데, 답답할 정도로 범인이 늦게 등장하며 트릭을 설명하는 데서 지루해진다는 겁니다.(물론 안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제가 봐온 추리소설 중 이런 구성을 넘는 소설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이야기가, "내가 만약 소설을 쓴다면 처음부터 살인자가 누구인지 밝히는 걸 쓰겠다, 살인자의 트릭도 어느 정도 공개를 하겠다"였습니다. 또한 "처음부터 목격자도 설정하겠다, 목격자는 살인자를 경찰에 넘기는 걸 목표로 하겠다"라고도 했습니다.

 

딱 이쯤 되면 감이 오죠?

그 살인자가 차유라고, 그 목격자가 김준구입니다.<-네타는 아님.

 

그 다음, 살인자가 누굴 죽일까..........

물론 눈엣가시같은 사람들이죠 ^^

추악한 범죄자를 죽이는 또 다른 범죄자, 정의의 철퇴를 내리지만 그 자신 또한 그 철퇴로 응징당해 마땅한 사람, 뭐 이런 캐릭터를 생각했습니다. 아주 초창기에요.

 

그래서, 이 소설은 원래 10권이라는 방대한 분량까지 갈 필요도 없었고, SSF라는 우리나라에선 희귀한 장르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냥 한 권으로 끝낼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이 차유라란 캐릭터가 김준구에게 발각되기 전까지 어떻게 완벽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차유라는 우발적인 살인자가 아니라 치밀한 계획 아래 범죄를 저지르거든요.

이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

아주 거대한 떡밥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바로 비밀 결사 단체, 다극화 추진 위원회이죠.

 

쫓는 살인자, 쫓기는 목격자

라고 하는 최초의 캐치프레이즈는(물론 1권에선 여전히 유효합니다만)

세상에 정의는 없었습니다

라고 하는 다소 건방진(?) 문구로 바뀌어버렸습니다.(이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공통사항!)

 

아무튼 당시에 한 20분가량 이야기했던게 3년째 씨름을 하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게 다 SSF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이다! 젠장!

 

이 다음의 이야기는 내일 소설 프롤로그 올리고 난 다음에 이어나가겠습니다 그려.

Posted by Nushi
:

정확히는 베스트에 가지 못했던(왜지?!) 글에 대해 다시 한 번 여기 씁니다.

 

물론 이 글 볼 사람은 몇 명 없겠지요..

여기는 이제부터 제 소설과 관련된 모든 내용, 네타, 스포일러, 설정, 기타 여러 망상들이 총집합되는 곳이 될 겁니다.

지금까지 버려졌던 블로그, 네이버 못지 않은 멀티기지로 만들겠습니다!

어쩌면 네이버를 뛰어넘는 블로그가 될 지도!

 

 

 

잡설은 여기까지.

 

http://todayhumor.com/?economy_193

 

무려 추천수 13까지 받았던 글입니다. 물론 제 글이죠. 하지만 정말 어째서인지 베스트에 못 갔습니다. 반대가 하나도 없었거늘! 왠지 억울해!

 

2010년부터 써온 글이 하나 있습니다. 정확히는 2010년도 2학기 시험기간 때 친구랑 커피 한 잔 마시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1권 자체는 상당히 빨리 끝나서 2개월 만에 후다닥 썼는데, 처음엔 라노벨로 갈까 해서 상당히 유치한 맛이 있습니다. -_-;;


그러나 구성이 갑자기 10권까지 늘어나고, 그 전체적인 흐름이 '경제학'이라는 하나의 영역이 거미줄의 중심처럼 꽉 잡아줄 때

'와, 시바! 이거 잘만 하면 왠만한 경제학설사보단 재밌을듯'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일이 이런 식으로 꼬이면서 라노벨로 가는 것은 집어치웠지만, 라노벨스러운 표현들이 곳곳에 눈에 띨 겁니다. 이건 최대한 수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가려고 하니 처음에 복선이나 전개를 상당히 바꿔야 하더군요.

경제게시판에 이 소개글을 올릴 당시에는 복선 처리가 완료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문제는 거의 다 해결된 듯합니다.

 


 


여러분은 혹시 SSF 소설이라고 아시나요.

 

SF 말고요!

Social Science Fiction

사회과학소설입니다. SF 소설이 아닙니다!(라지만 약간 SF적인 면도 있긴 함. -_-;;)

우리나라에선 생소하죠. 허허.


우선 시간을 언급하자면..(괄호 안은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경제학 영역. 그러나 꼭 이 룰을 따르진 않습니다.)

1권 - 2037년(경제학원론)

2권 - 2040년(미시)

3권 - 2044년(거시)

4권 - 2046년(무역, 금융)

5권 - 2047년(+2035년)(경제학설)  <경제게시판에는 +2025년으로 잘못 표기됨;;; 고치기엔 너무 늦었다!

6권 - 2020~2025년(제도주의경제학)

7권 - 2048년(행동경제학)

8권, 9권, 10권 - 2049~2050년(종합, 즉 모든 경제학이 다 나옴)


여기서 세계관에 핵심이 되는 것은 '다극화 추진 위원회'라고 하는 비밀결사단체입니다.

이 이상 언급하면 스포일러가 될 테지만 앞으로 이 블로그에서만큼은 온갖 설정, 네타, 스포일러가 등장할 겁니다.

아무튼 위 소설은 통칭 '위원회'라고 하는 비밀결사단체의 존재에 근거하여(현실에는 이런 단체 없습니다!)

1. 중국과 미국 경제의 '동시' 붕괴

2. 한국의 대규모 두뇌 유출 사건(6권의 배경. 이공계 출신 엔지니어나 과학자들이 대규모로 국외로 이탈)

3. 유로화 존속

4. 한국 내 제도주의 학파의 급부상

5. 제도주의 학파의 한계와 자본주의 자체의 속성으로 인한 제 3차 세계대전 발발(8, 9, 10권)

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1~7권은 '어째서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가'를 설명하는 프롤로그(?)격 얘기고 본편은 8, 9, 10권이라고 봐도 될듯합니다.


등장 인물 중 중요 인물들은 각각 저마다 한 명씩 경제학자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백향 -> 애덤 스미스

차유라 -> 맬서스

김준구 -> 케인스

서수진 -> 밀튼 프리드먼

현경화 -> 마르크스

남철수 -> 슘페터

박혜원 -> 칼 폴라니

오카자키 레이 -> 하이예크

김하준 -> 베블런

김버들 -> 존 내쉬

오카자키 아키라 -> 존 스튜어트 밀

손은하, 손은희 자매 -> 갤 브레이스

민은선 -> 케네스 에로우

시작과 끝 -> 알프레드 마샬

 

끝으로 이 소설을 읽기 전에 경제학에 대한 글을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내일부터 조금씩 올릴 겁니다!

Posted by Nushi
:

지하 벙커용으로 방치된 블로그

중요 자료만 따로 저장하기로 결정.

주요 거점으로는 기각.

본진 주소는 알려줄수 없다!


Posted by Nushi
: